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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품
백현주

백현주, 〈바다로 산으로 풀이 자라는 시체〉, 2026, 멀티미디어 6채널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촬영장 세트, 파이프 2점, 가변크기, 8분 48초.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백현주

백현주, 〈바다로 산으로 풀이 자라는 시체〉, 2026, 멀티미디어 6채널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촬영장 세트, 파이프 2점, 가변크기, 8분 48초.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백현주
Heaven Baek

〈바다로 산으로 풀이 자라는 시체〉의 제목은 일본 제국 시기 널리 불렸던 가곡이자, 국가에 준하는 상징성을 지녔던 군국가요인 〈우미 유카바〉의 구절을 변용한 것입니다. 작품은 황민화정책이 시행되던 시기 국민학생이었던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서 불렀던 이 노래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강제 동원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구술 증언을 바탕으로 합니다. 한반도 각지에서 출발한 이들은 부산을 거쳐 갔고, 부산에서 강제로 신체 소독을 받은 뒤 다시 이송되었습니다. 백현주는 식민 지배의 폭력이 스며 있는 이 사건을 직접 재현하는 대신, 기다림과 공포, 유예된 시간이라는 공통의 경험에 주목합니다. 부산은 단순한 역사적 장소를 넘어 수많은 삶과 기억들이 지나간 익명의 문지방이 됩니다.

이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녹색과 청색의 사용입니다. 초록은 작가가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 간직한 부산의 숲과 산, 옥상 지붕을 환기하고, 파랑은 집단적 상상 속에서 오랫동안 부산을 상징해 온 바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넓은 색면으로 투사된 단색조의 화면은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이 색면들은 관객이 각자의 기억과 연상을 불러오는 시간의 장이 되며, 역사는 저마다 보고 느끼는 행위를 통해 끝없이 완성되는 것임을 제시합니다.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다시마는 단색조 화면과 대조를 이룹니다. 검고, 무거우며, 바닷물을 머금은 다시마는 바다와 노동하는 몸의 무게를 담아내며 침묵과 방치, 망각에도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백현주는 소리와 색, 물질이 교차하는 감각을 통해 역사를 닫힌 과거로 다루지 않고, 지배의 역사가 현재를 점유하는 방식을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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