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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악보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은 서로 다른 세 장소에 펼쳐지며, 함께 하나의 다성적 악보를 이룬다. 각각의 장소는 도시가 빚어내는 더 큰 공명 안에서 고유한 주파수에 맞추어진다. 이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스페이스 원지, (구)부산남고등학교에 걸쳐 전개되며, 이야기와 기억, 역사와 주문, 저항의 축제를 엮어내는 하나의 구성으로 울려퍼진다. 이 공간들은 능동적인 전파의 장소가 된다.

시위와 민주화운동, 노동권, 샤머니즘적 기원, 조상의 소리 유산, 자연의 청각적 생태계, 그리고 나이트라이프(nightlife) 속 규범 위반이 지닌 정치적 긴급성에 대한 탐구를 발신하고, 수신하며, 증폭시킨다. 을숙도와 영도에 자리한 공간에서, 바다의 음파는 3 악장으로 이루어진 합창에 짜임새 있게 스며든다. 바다는 하나의 존재 방식을 상기시킨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침묵을 거부하고, 기억과 저항, 재생의 역류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상태를 일깨워준다.

부산현대미술관

1 악장: 부산현대미술관

강과 바다가 만나고 철새들의 이동 경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장대한 공간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이 또 다른 세계와 우주를 사유하고 실현해볼 수 있는 피난처를 이룬다. 주변의 자연보호구역이 회복을 가능케 하는 생태계로 기능하는 것처럼, 이곳에 모인 작업들 또한 돌봄과 재생,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실천에서 출발한다.

전시의 전제는 치유와 회귀의 순환 속에서 형성된 풍경인 습지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손상된 것 역시 기억을 품고 있으며, 다시금 모임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손상과 회복, 지워진 것과 여전히 호출될 수 있는 것을 함께 품은 합창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떻게 세계를 구축할까? 이곳에서 목소리들이 공명한다. 종(種)의 경계를 가로지르거나 권력에 맞서 발화하는 합창, 저항의 노래, 세대와 은하를 넘어 이동하는 메아리와 이야기들이 교차한다.

지도와 아카이브는 새로운 서사와 기보, 호출의 형식으로 변모하며, 악보는 음악적 지시를 넘어 시각적 일기이자 지평선이며, 말해질 수 없지만 반드시 기억되거나 소환되어야 할 것을 기록하는 체계로 등장한다. 이러한 표기들은 돌봄의 고유한 언어가 되어 이동의 경로를 새기고, 저항의 행위를 도식화하며, 길 찾기와 생존, 귀환으로 이루어진 다성적 합창이 머물 자리를 마련한다.

스페이스 원지

2 악장: 스페이스 원지

소금기 어린 공기, 녹슨 흔적, 물가에 부는 바람. 스페이스 원지는 저음의 음역대로 내려앉아, 수면 아래 숨겨진 수중 생명체들의 낮은 주파수에 귀를 기울인다. 봉래동에 자리한 100년 된 창고는 원래 선박 장비를 임대하던 공간으로, 오늘날까지도 부산 원도심 항만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마모된 벽면에는 오가던 화물과 노동하는 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주변에는 계급과 민족에 따라 유흥 구역을 분할했던 식민지 시기의 위계, 그리고 여성들이 태평양 전역으로 보내지기 전 억류되었던 장소들의 잔향이 여전히 맴돈다. 급속히 세계화되고 연결되는 오늘의 수많은 항구들처럼, 부산 역시 교류의 역사와 폭력의 역사가 분리될 수 없이 얽혀 있는 장소다.

《불협하는 합창》에서 이 장소는 바다와 원초적 요소들에 말을 건네는 예술 실천에 헌정되며,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생존과 저항의 투쟁을 연결한다. 이는 수중 신화와 물의 정령들, 노동의 구호와 저항의 노래를 불러내는 주문이 된다.

(구)부산남고등학교

3 악장: (구)부산남고등학교

침묵 속에 잠겨 있지만, 그 복도에는 70년의 목소리가 여전히 맴돌고 있다. 2026년 초 학교 이전으로 비워진 영도 남단의 (구)부산남고등학교는 태평양을 내려다보며, 우리가 어떻게, 누구에게서 배우는지를 묻는 설치 작업들을 모아 전시한다. 텅 빈 교실들은 한국 사회의 인구 위기와, 미리 봉쇄된 미래의 풍경을 증언한다. 이 학교는 리허설의 악장이 되고, 불일치는 그 자체로 교육이 된다.

이곳에서 작품들은 제도 교육의 기반 시설을 점유하며 질문을 던진다. 어떤 지식이 공교육 과정을 벗어나 존재하는가? 어떤 노래들을 비밀리에 불렀는가? 수업이 끝난 뒤 어떤 조직화가 이루어졌는가? 누가 지식에 접근할 수 있으며, 누가 그것을 전달하는가? 전시는 비어 있는 교실들을 아래로부터 이루어지는 지식 전승의 장소로 전환시키며, 구술사와 아카이브 연구, 검열된 자료, 그리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주문을 발굴한다. 신체와 정신을 정렬하면서, 성장에 대한 목적론적 접근과 단일한 진실에 도전하고, 취약성과 다원성, 그리고 '배움을 해체하며 배우는 일'의 가능성을 연다.

외부의 곰솔과 동백이 건물을 감싸고 있으며, 그 지점에서 끝과 시작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 장소는 제도권 밖의 교육과 아직 형성 중인 미래에 자리를 내어주며, 침묵을 부재가 아니라 비옥한 멈춤으로, 아직 들리지 않은 목소리들이 모여드는 장소로 받아들인다. 이곳은 또 다른 공존의 방식을 연습하는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