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제르메인, 〈죽은 척하기〉, 2023-2026,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4분 28초.
R.I.P. Germain
R.I.P. 제르메인은 도시 공간과 건축, 그리고 영상 이면에 자리한 일상적이고 토착적인 요소를 탐구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는 상반되는 방식으로 제작한 두 작품을 선보입니다. 하나는 작가가 직접 만든 조각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영상을 모아 만든 영상입니다.
〈조용한 전쟁을 위한 침묵의 무기 (건설과 파괴)〉는 금속 셔터가 내려진 상점의 정면을 연상시키는 대형 조각입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유리와 셔터, 그래피티와 스프레이 자국이 여러 겹으로 쌓인 표면이 그 이면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작품은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반합법적이고 경계적인 공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러한 공간은 자체적인 시장과 도덕 논리에 따라 운영되며, 제도가 충족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시킵니다. 때로 불법적이거나 의심스러운 장소로 여겨지지만, 누군가에게는 거래와 돌봄, 보호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처럼 외관만 존재하는 허구의 정면을 통해 국가가 승인한 제도와 시설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부산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 〈죽은 척하기〉는 런던에서 발전한 힙합 장르인 영국 드릴 음악 장면을 담은 161개의 영상 클립을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드릴 음악의 시각적 언어를 빌려 자신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빠른 편집과 강렬한 이미지, 반복되는 몸짓은 흑인 공동체의 트라우마적 경험이 어떻게 소비되고 재현되는지 질문합니다.
두 작품은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은 보이도록 만들어지고, 무엇은 숨겨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