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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품
야잔 칼릴리

야잔 칼릴리,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2026, 자수 문구가 새겨진 캡 모자 39종,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야잔 칼릴리

야잔 칼릴리,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2026, 자수 문구가 새겨진 캡 모자 39종,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야잔 칼릴리
Yazan Khalili

야잔 칼릴리의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는 서른아홉 개의 캡모자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각각의 모자에는 시에서 발췌한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자를 사서 쓰고 전시장 밖으로 나가면, 시는 여러 몸과 장소로 흩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수도, 한 번에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모자를 쓴 사람들이 우연히 마주쳐 서로의 몸을 가까이할 때에만 조각난 문장들이 잠시 이어질 뿐입니다.

작가는 텍스트의 배열과 구조 자체가 시의 일부가 되는 구체시와 공간시의 계보를 이어, 종이 대신 군중을 시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대신합니다. 사람들의 몸을 통해 움직이는 소비와 유통의 논리는, 텍스트를 파편화해 통계적으로 예측하고 단순화하도록 학습된 거대 언어 모델의 메커니즘과 닮아 있습니다. 이에 맞서 작품은 시의 형식을 빌려 고통과 땅, 유산과 증언을 실어 나릅니다.

모자의 판매 수익은 기금 제도 바깥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문화 활동에 전달되며 작업의 시적 논리를 확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흩어지는 과정은 자원을 다시 나누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온전한 형태로 남는 대신 점차 사라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소멸은 제도적, 국가적, 알고리즘적 틀에 맞서는 시적 저항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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