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 이시하라
Umi Ishihara
Umi Ishihara
부산현대미술관 지하에 설치된 우미 이시하라의 〈야행성 홀〉은 어둠이 내린 뒤 깨어나는 야행성 존재들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끕니다. 작품은 좁은 터널로 연결된 두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공간에는 영상 작품 〈야행성 멜로디〉가 상영됩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뒤섞인 작품의 중심에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에리(Eri)와 카탈리나(Catalina)가 있습니다. 영상은 분장실과 무대, 클럽을 오가며 두 사람이 어린 시절과 꿈,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습니다. 작가는 이들을 취약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스트립 공연이 요구하는 독립성과 신체적 힘, 그리고 당당한 자기표현에 주목합니다. 폴댄스 클럽의 무대를 연상시키는 형광 분홍색 스툴에 앉은 관객은 영상을 감상하며 공연과 노동, 유혹과 사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밤의 세계를 마주합니다.
터널을 따라 이동한 두 번째 공간에서는 푸른빛의 〈야행성 숨〉이 이어집니다. 바닥에는 지폐가 흩뿌려져 있고, 영상에서는 진주색 보디슈트를 입은 인물들이 푸른빛 속에서 춤추고 서로 몸을 부딪치며 동물처럼 움직입니다. 무용수와 동물의 경계는 사라지고, 밤은 억눌린 정체성이 힘과 자유를 얻는 해방의 공간이 됩니다. 이처럼 작가는 어둠이 내린 뒤에야 살아나는 세계를 통해 취약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밤의 풍경을 그려내며 소외된 존재들이 품은 해방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