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출품작품
전소정

전소정, 〈구미호하기〉, 2025, 단채널 영상, 인플레이터블 조각, 출판물, 사진, 38분 40초, 가변크기. 퍼포마, 더 쇼룸 공동 커미션. 무담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협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작 지원 작품, 2025.

전소정

전소정, 〈구미호하기〉, 2025, 단채널 영상, 인플레이터블 조각, 출판물, 사진, 38분 40초, 가변크기. 퍼포마, 더 쇼룸 공동 커미션. 무담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협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작 지원 작품, 2025.

전소정
Sojung Jun

전소정의 〈구미호하기〉는 변신하는 두 형상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는 어떤 모습으로도 변하는 동아시아 신화의 구미호, 다른 하나는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의 가상 신앙 체계 ‘어스시드(Earthseed)’에서 가져온 씨앗입니다. 바람과 동물, 물을 따라 이동하는 씨앗은 행성적 붕괴 속 생존과 귀환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작업의 틀을 이루는 두 형상은 이동을 거치며 무엇이 지속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영상은 소련의 통치 아래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역사 속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전소정은 카자흐스탄 알마티 고려극장의 여성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고려인 공동체에 이어져 온 소리의 기억을 따라갑니다. 영상이 담긴 공기주입식 구조물은 저렴하고 옮기기 쉬우며 환경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어, 작품 전반에서 탐구하는 유목적 정체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씨앗 저장고와 디지털 조각이 더해지며 작품은 생태와 기술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화면에서는 AI가 생성한 장면 전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여우의 변신 능력을 구조 원리로 삼습니다. 정체성은 갈라지고, 목소리는 증식하며, 기록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아카이브 영상은 현재와 상상된 미래를 넘나들며 구미호처럼 유연하게 모습을 바꿉니다. 그렇게 〈구미호하기〉는 역사와 이주의 틈에 남아 있지만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오디오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