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키시, 〈이상 지수: 파라어쿠스틱 제단〉, 2026, 다채널 음향 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왁스 실린더, 지름 170 cm.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은키시, 〈이상 지수: 파라어쿠스틱 제단〉, 2026, 다채널 음향 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왁스 실린더, 지름 170 cm.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Nkisi
은키시는 (구)부산남고등학교에 설치된 〈이상 지수: 파라어쿠스틱 제단〉에서 19세기 말 등장한 초기 음향 기록 매체인 왁스 실린더의 이면에 자리한 범주화와 식민주의적 논리에 반기를 듭니다. 목소리를 녹음하고 소리를 기록하는 왁스 실린더는 유럽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기, 식민지의 기록보관소에 원주민들의 언어와 노래, 의례를 과학적으로 보존한다는 명목 아래 편입시키는 데 이용되었습니다.
작가는 오스트리아의 빈 포노 박물관(Wiener Phono Museum)과의 대화와 연구를 바탕으로 왁스 실린더에 저장된 잡음과 유령처럼 불투명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러한 소리는 초창기 녹음 기술에 남겨진 잡음과 이상 현상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기록되기를 거부한 저항의 흔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작품은 여러 개의 왁스 실린더가 놓인 원형의 반사 금속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조물 아래 설치된 트랜스듀서는 전기 에너지를 진동으로 바꾸어 금속판 전체를 공명하는 몸처럼 울리게 합니다. 작품은 왁스 실린더에 원래 녹음된 내용이 아닌, 표면의 스크래치와 재생 과정에서 생긴 잡음, 기계적 잔향,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들을 들려줍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객이 기록된 내용보다 그 주변에 남겨진 흔적과 소음에 더욱 귀 기울이도록 이끌며 식민주의적 추출의 논리를 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