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칼림 칸, 〈오전 8시 7분〉, 2025, 캔버스에 색연필, 천, 레이스, 머리카락, 스팽글, 108 × 92.7 cm.
파티마 칼림 칸
Fatima Kaleem Khan
Fatima Kaleem Khan
파티마 칼림 칸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드로잉은 남아시아 텔레비전 연속극 속 여성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대학생 또래의 여성과 그들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드라마는 여성성에 대한 관념이 가정과 교육 공간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파키스탄 전역에서 열 곳이 넘는 학교를 다닌 작가는 역사와 여성성이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서술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에는 연속극 속 여성 악역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작가는 흔히 속임수를 쓰거나 악령에 사로잡힌 존재로 그려지는 이 인물을 전형적인 악역으로 다루는 대신, 조용한 저항의 상징으로 해석합니다. 과장된 표현과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국가가 의존하는 선전 구조에 서서히 균열을 냅니다.
펼쳐진 교과서 형태의 〈오전 8시 7분〉과 〈오전 8시 44분〉은 학교 아침 조회 시간에 벌어진 두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지각을 해도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하는 학교의 아침 조회는 일상 속 규율을 상징합니다. 이와 함께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인물은 인조 모발과 연결되어 획일적인 규범이 만들어내는 인위성과 거짓으로 꾸며진 모습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