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xciya / Abu Qadim Haqq
드렉시아는 제럴드 도널드(Gerald Donald)와 고인이 된 제임스 스틴슨(James Stinson)이 디트로이트(Detroit)에서 결성한 일렉트로닉 음악 듀오입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부터 물의 소리를 머금은 어둡고 기계적인 테크노 사운드를 다듬어 가며 깊은 바닷속 드렉시아의 기원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이 상상한 세계에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노예무역의 중간항로에서 배 밖으로 던져진 임산부와 태아들이 수중 호흡이 가능한 새로운 종족으로 진화해 살아갑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드렉시아가 1997년 발매한 앨범 《더 퀘스트》에 수록된 네 점의 지도를 스페이스 원지에 선보이며 드렉시아 세계관 속 대서양을 횡단하는 이주의 항로를 다시 상상합니다. 노예무역이 강제한 항로를 따라가는 이 여정은 디트로이트 테크노 음악과 교차하며 미래를 배경으로 한 귀향의 길로 다시 그려집니다.
이 지도들은 디트로이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아부 카딤 하크가 드렉시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앨범 《넵튠의 은신처》의 원화와 함께 소개됩니다. 여기에는 오징어를 개조하고 교배해 탄생한 상상의 존재인 드렉시안 크루저(Drexciyan Cruiser)와 드렉시안 워리어(Drexciyan Warriors),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는 버블 메트로폴리스(Bubble Metropolis)가 등장합니다. 스페이스 원지의 바닷바람에 부식된 구조물에 크게 걸린 이들의 항해 이야기는 흑인 공동체에서 탄생한 테크노 음악이 공동체로부터 분리되어 본래의 정치적, 문화적 맥락을 잃어온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